아침 7시, 텍사스의 큰 하늘이 환하게 열리는 시간.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나면 집안이 잠깐 조용해집니다. 미국으로 이사한지 이제 1년이 지나고 있습니다.
“왜 HVAC야?”
이 질문은 나 스스로에게도 자주 던져 봅니다. 한국에서의 경력은 반도체 산업에서의 공정개발·유체해석·머신러닝 이었고, 이민을 결심하면서 가장 많이 떠올린 건 가족과 일상이었습니다. 낯선 땅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려면, 내가 잘할 수 있고,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회사들 다니면서 느낀 단지 하나의 부품같은 느낌이 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나중에 기술로 창업이 가능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싱글하우스에서 1년을 지내면서 자잘하고 많은 이슈들이 있었고, 대부분은 내가 몇시간이면 고칠 수 있는 수준의 문제점들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에어컨은 문제가 달랐습니다.
한번은 여행을 다녀온 뒤 에어컨에서 더이상 시원한 바람이 나오지 않았고, HW 리셋을 하는등의 방법으로는 고쳐지지 않았습니다. 내가 더 이상 점검할 수 있는 포인트가 없었던 것입니다. 결론은 Evaporator에서 냉매의 Leak가 있었고, Evaporator를 교환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기술이 HVAC였습니다.
미국에서 기술직의 가치는 생각보다 큽니다. 텍사스에 오고 나서 느낀 건, 손기술과 문제해결력이 “말”보다 빠르게 신뢰를 만든다는 점입니다.
한국의 경력 → 이민 → 정착… 그리고 ‘손으로 푸는 일’의 매력
이민 초기엔 누구나 비슷한 숙제를 안고 삽니다. 언어, 네트워크, 자격증, 생활비. 그래서 저는 결과가 눈앞에 보이는 기술 일에 끌렸습니다. 텍사스처럼 냉방이 ‘생존’에 가까운 지역에선 그 가치가 더 분명합니다.
미국에서 ‘HVAC 기술자’는 누구일까? (용어 정리)
한국에선 “엔지니어”가 폭넓게 쓰이지만, 미국 현장에선 보통 ‘HVAC Technician(기술자)’이 설치·수리·정비를 맡습니다. 반면 ‘HVAC Engineer’는 기계·건축 설비 설계를 하는 기계공학(PE) 영역이 많습니다. 현장 기술자를 목표로 한다면 EPA Section 608(냉매 취급 자격)은 사실상 필수입니다. 종류는 Type I/II/III/Universal로 나뉘고, 냉매를 다루는 모든 작업엔 인증이 요구됩니다.

한 눈에 보는 미국 HVAC 업계 스냅샷
| Quick Facts: Heating, Air Conditioning, and Refrigeration Mechanics and Installers | |
|---|---|
| 2024 Median Pay | $59,810 per year $28.75 per hour |
| Typical Entry-Level Education | Postsecondary nondegree award |
| Work Experience in a Related Occupation | None |
| On-the-job Training | Long-term on-the-job training |
| Number of Jobs, 2024 | 425,200 |
| Job Outlook, 2024–34 | 8% (Much faster than average) |
| Employment Change, 2024–34 | 34,500 |
- 일자리 규모: 2024년 기준 425,200명 종사.
- 전망: 2024–2034년 +8% 성장(평균보다 빠름), 연평균 40,100개 신규 채용(퇴직·이직 보충 포함).
- 임금: 2024년 연봉 중앙값 $59,810. 하위 10% $39,130 미만, 상위 10% $91,020 초과.
- 텍사스 임금: 텍사스의 HVAC 임금 중앙값은 전국보다 약간 낮은 $54,050 수준(미국 평균 $59,810)

왜 수요가 늘까?
건물 신축과 노후 설비 교체, 에너지 효율 업그레이드(히트펌프·고효율 시스템), 그리고 2025년부터 저 GWP 냉매(A2L: R-32, R-454B)로의 장비 전환이 본격화되며 교체 수요가 커지고 있습니다.(NAHB) 또한 HFC 단계적 감축(AIM Act) 정책이 산업 전반의 리뉴얼을 밀어붙이고 있죠.(EPA)
진짜 사람 부족?—숫자로 보는 인력난
정부의 보수적인 통계만 봐도 매년 4만 건 안팎의 충원 수요가 발생합니다. 퇴직·전직으로 빠져나가는 자리를 메워야 하니까요. 업계 기사·리서치에선 “부족 인력 11만 명” 같은 추정도 회자됩니다. 과장일 수 있지만, 체감 인력난이 큰 건 사실입니다.

경력 단계별 수입 로드맵(현실 버전)
임금 분포를 커리어 단계에 맞춰 보면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 입문(도제·Helper/Apprentice)
- $47k~$55k 구간에서 시작.
- 중급(독립 작업 가능한 Tech/Journeyman)
- $70k 전후. 시즌제 야근·교대·온콜 수당으로 실수령이 더 오를 수 있습니다.
- 고급(Service Lead/Controls·냉동 특화)
- $100k+. 상업 냉동·컨트롤·커미셔닝 역량이 있으면 몸값이 뛰어요.
- 관리/영업/오너(팀장·서비스 매니저·창업)
- 개인 실적·마진 구조에 따라 편차 큽니다. 설치보다 정기점검·서비스 계약 비중이 높을수록 캐시플로가 안정적이라는 게 업계의 통설입니다.
기술직의 가치: HVAC vs 다른 유관 직종
- HVAC(Technician)
- 중앙값 $59,810, 전망 +8%. 에너지효율화·냉매 전환 수요가 우호적. 매년 40,100명 충원 수요(BLS)
- 전기(Electrician)
- 중앙값 $62,350, 전망 +9%—데이터센터·전기차 충전 인프라·태양광 연계로 견조. 매년 81,000명 충원 수요 (BLS)
- 배관(Plumber/Pipefitter)
- 중앙값 $62,970, 전망 +4%—견고하나 성장률은 낮음. 매년 44,000명 충원 수요 (BLS)
- 태양광(Solar PV)
- 중앙값 $51,860, 전망 +42%(모수는 작음) — 전기·HVAC와의 융합 스킬에 유리. 매년 4,100명 충원 수요 (BLS)
| 직종 | 2024년 중앙값 연봉 | 2024–2034 전망 | 연평균 충원 수요(연) |
|---|---|---|---|
| HVAC(Technician) | $59,810 | +8% | 40,100명 |
| 전기(Electrician) | $62,350 | +9% | 81,000명 |
| 배관(Plumber/Pipefitter) | $62,970 | +4% | 44,000명 |
| 태양광(Solar PV Installer) | $51,860 | +42% | 4,100명 |
왜 하필 HVAC인가?
지금 현재 내가 할 수 없는 기술이라는 점이 선택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했습니다. 사람을 시원하게(혹은 따뜻하게) 해주는 일이고, 바로 텍사스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직종 중 하나라 생각되었습니다. 이 포스트와 연계하여 Community College에서 진행하는 HVAC Certificate Level 1 과정을 시리즈로 연계해보고자 합니다. 혹시라도 미국에서 HVAC 기술을 배워보고자 하시는 분들과 HVAC에 관심있는 분들께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